※ 참고
글 작성 시점에 이미 기관 배치받아서 인턴십 수행중이며, 나중에 쓸 일이 있을까 하여 간간히 기록해둔걸 공유하는 차원에서 작성하는 글이다. 따라서 최대한 자세하게 작성하려고 노력하겠으나 애매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번에는 내가 약 2개월간 전공교육을 받으면서 느꼈던 문제점을 몇 가지 적어보려고 한다. 이전 글에서 작성했듯 사전교육은 전공자라면 굳이 시간을 내서 들어봤자 복습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없는 시간 때우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전문교육은 조금 다른가? 글쎄, 사전교육을 마치고 전문교육을 받는다. 말만 들으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애초에 전공자가 몇 년에 걸쳐 배우는 교육을 누구나 반년도 채 안 되는 교육으로 따라잡을 수 있다면 그 누가 대학을 가서 시간을 바칠까? 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글 작성 당시엔 유래 없는 폭발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현상으로 온라인 교육의 추세가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다 전문교육까지 비대면으로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나름의 기대를 했었다. 그래서 교육 스케줄 공지를 받았을 때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온오프 교육 스케줄"
매우 거창해 보이는 이름이지만 그냥 대면과 비대면을 같이 한다는 말이다. 스케줄에 따르면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해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세 번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는데, 어차피 온라인 강의를 들을 거면 굳이 대면과 비대면을 나눠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교육 스케줄과 함께 이슈가 되었던 것이 출석 시스템인데,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방법들인지 모르겠지만 비대면일 때는 줌에 들어가서 "출석했습니다"라는 채팅과 QR코드로 출석 코드를 인증해야 했고, 대면일 때는 채팅 대신 출석부를 작성하고 QR코드로 출석 코드를 인증해야 했다. 굉장히 사람을 귀찮게 만들었던 시스템이다.
전문교육은 크게 빅데이터 분석 기획 및 방법론 / sql 교육 / R프로그래밍 / python 프로그래밍 / QGIS 분석 / 공공 빅데이터 분석 / 실무형 프로젝트 정도로 나눌 수 있겠다. 모든 교육이 cslee에 소속된 기술사님들의 강의로 이루어지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굉장히 설명을 잘하신다. 역시 기술사는 다르다.
문제는 너무 기초적인 내용이라는 것이다. 파이썬과 R은 잘 쳐줘도 기초 문법 정도까지만 배웠고, QGIS는 내가 지금껏 다뤄보지 않은 프로그램이라 잘 모르겠지만 단순히 사용법정도만 배우고 끝났던 것 같다. 데이터베이스 기초 모델링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배웠으며, 간단한 데이터 분석 이론과 통계 지식 등을 배웠다. 전공자가 아닌 비전공자들을 중심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진행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임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 교육 때 필수로 이수하라고 했던 것만 잘 들었어도 충분히 따라올 수 있는 내용일 텐데.
그리고 교육을 마치면 그에 대한 과제가 주어지는데, 과제의 내용이 딱히 어려운 것은 아니다. 관계를 설정하고 모델링을 하는 등 개인의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일 때도 있고 답이 정확히 정해져 있는 코딩 문제일 때도 있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과제를 대체 조교가 어떤 방식으로 채점하는지 채점 방식도 모르고 채점 기준도 모르며 점수조차 바로 공개되지 않는다. 시간이 꽤 지나고 점수가 차근차근 공개가 되는데, 그때 자신의 점수가 이상해도 이미 당시의 채점 기준으로 채점이 완료된 과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sql 실습을 한 날 과제는 이런 식이다.
[ 실습 코드만이 아닌 실습 코드를 포함, 코드를 실행한 결과를 txt 파일에 기록해서 제출할 것 ]
테이블 데이터들이 적으면 몇 개에서 많으면 몇 만개씩 있고, 그런 테이블을 조인하다 보면 수십만 개의 데이터들이 로그로 남게 되는데 그런 수십~수백만의 쿼리 실행결과를 전부 txt 파일에 기록해서 제출하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써서 채점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그냥 소스코드를 제출하라고 하는 게 제출자나 채점자나 더 편할 것 같은데 왜 그런 식으로 하는건지 모르겠다.
듣기로는 조교가 직접 채점한다고 들었다. 어떠한 채점 기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시처럼 애매한 과제들이 있을 때 과제에 대해 물어봐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내 생각으로는 조교들도 과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모르지만 대체 조교가 왜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것도 "기술 조교"라는 이름으로. 아무튼 한 달 정도 그런 식으로 온라인 강의를 듣고 과제를 수행하면 모든 교육이 끝나고, 교육 평가를 보게 된다.
당연하지만 나름 데이터분석 교육이라고 데이터 분석에 대한 문제가 많이 나오는데 기존에 공부를 해봤거나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가볍게 풀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 단적으로 말해서 시험 점수를 잘 받고 싶은 사람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데이터분석 자격증인 adsp를 공부하면 된다. 당시엔 몰랐으나 일부 시험 문제가 굉장히 비슷하기 때문에 그냥 전문교육 받는 기간동안 adsp를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해도 무방하다.
아무튼 교육평가까지 끝나고 약 2주동안 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내가 인턴을 사전교육 단계에서 중도 포기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팀 프로젝트였는데, 협업이란 것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팀 프로젝트 과목에서 학점을 받기 위해 대부분 내가 과제를 맡아서 수행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여기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적어도 능동적으로 뭔가를 배우기 위해 스스로 온 사람들일 테니까,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팀 프로젝트는 다르겠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팀 프로젝트는 팀 프로젝트였다.
이 국비교육은 전공자보다는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빅데이터 분석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IT 전공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법학을 전공한 사람,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 수학/통계학을 전공한 사람, 심지어 농업, 식품업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도 있었다. 물론 그런 학문들이 빅데이터랑 관련이 없는 건 아니다. 따지고 보면 모든 분야에 접목이 가능할 테니 말이다.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데 정말 기본적인 프로그래밍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데이터 분석 인턴을 하려는 지도 모르겠고, 딱히 배울 의지도 없으면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뭐하러 이제 와서 인턴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국비지원 인턴들을 공공기관에 보내서 대체 무슨 일을 시킬 수 있겠는가? 기관에 배치된 인턴들에게 단순작업 외에 일을 주지 않는다는 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물론 내가 다른 사람 인생에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훈수를 둘만한 자격이 있는 건 아니지만, 관심이 있었으면 자신들이 데이터 분석에 그렇게 관심이 있었으면 강의를 열심히 들었어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지금까지 내가 사전교육과 전문교육에 대해 느꼈던 점을 적어보았다. 이런저런 안좋은 말만 했지만, 어디까지나 전공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고 비전공자들이 단기간에 배우기에는 굉장히 방대하고 어려운 내용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후기를 적을 때 어떤 과제를 수행했고 강의가 어땠는지를 작성하기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간단히 줄여 쓰게 되면서 글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지만 교육을 듣는 동안 분명히 배웠던 점도 있었으며 나름 같은 반 교육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공공 빅데이터 인턴십을 추천하는지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맨 위에서도 작성했지만, 4년제 다닌걸 반년만에 공부할 수 있다면 누가 대학교를 갈까? 그런 말을 했었다. 하지만 그건 일단 접어놓고, 4년제 다닌걸 반년으로 압축해서 알짜배기만 알려준다는 말인데, 그러면 정말 노력을 엄청나게 해야 하는게 맞을것이다. 그냥 사람들 하는 정도로만 하고 적당히 시간만 보낼거라면 나는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대학교 4학년들 기준으로 봤을 때, 인턴십 과목이나 취업계를 내고 한 학기를 인턴으로 퉁쳐버리는것은 나는 괜찮은 생각이라고 본다. 물론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딱히 4학년 1학기에 팀프로젝트에서 배운 게 없기 떄문에 차라리 돈도 벌고 경험도 쌓고 학교 졸업 조건도 채우고 운이 좋으면 마음이 맞는 친구들도 구할 수 있고 일석 사조다.
특히 비전공자라면 자신이 정말 관심이 있어 공공 빅데이터 인턴십을 신청한 사람은 강의라도 열심히 들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남들이 하는것만큼 하게되면 따라갈 수가 없다. 차라리 ADsP 자격증이라도 준비해서 최소한 자신이 뭘 배우고 있는건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국비교육이라던지 부트캠프라던지 다양한 it 교육에 대한 홍보가 난무한다. 거기 적혀있는 문구는 "4년짜리 전공을 반년만에 압축으로 배울 수 있다." 라던지 "일년만 공부하면 나도 개발자?" 라던지 그런 문구로 현혹하는 건 악마들의 말이라고 생각해라. 4년짜리를 반년만에 배울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은 자신이 공부를 그만큼 해야한다는 말이고, 실제로 그런 교육들 교육 내용은 모르겠으나 공개된 커리큘럼만 놓고 보면 상당히 빡세다. 대충 하면 되겠지 하고 와서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조차 어려워해서 벙 쪄있던 사람들을 여럿 봤는데 그럴거면 차라리 편의점 알바를 하는게 낫지 않냐는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 기관 배치에 대한 글도 작성해볼려고 했는데, 사적인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주사님 부탁으로 기관에서 만들었던 간단한 프로그램들 리뷰를 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인턴 교육 후기를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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